흑룡회

1901년 2월 3일 도쿄[東京]에서 조직되어, 일본의 메이지[明治]·다이쇼[大正]·쇼와[昭和]의 3대에 걸쳐 활동한 일본 우익의 정통적 본류를 이루는 낭인(浪人) 단체로서 대아시아주의와 대륙침략을 주장했다. 흑룡회는 1901년 2월, 조선에서 활동하던 일본의 낭인 집단인 천우협(天佑俠) 소속의 우치다 료헤이[內田良平], 요시쿠라 오세이[吉倉汪聖], 타케다 한지[武田範之] 등이 일본의 대외침략주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조선·만주·시베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던 낭인들을 규합하여 조직했다. 흑룡회는 대로개전론(對露開戰論)을 열렬히 주창하는 한편, 조선병합론을 더욱 발전시켜 이른바 대아시아주의를 제창했다. 대아시아주의는 만주·몽골·시베리아 지역까지 일본침략의 외연을 넓힌 것으로, 인종적·문화적 동질성에 기반을 둔 철저한 민족말살의 대륙침략론이었다. 이로써 대아시아주의는 일본 전통우익의 대외사상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그들은 귀소본능적 퉁구스족 통합론을 내걸어 일본을 축으로 한 대아시아 제국 건설을 지향했으며, 덴노를 기점으로 한 위계적 국제질서와 가부장적 공동체적 사회질서를 주장했다. 1905년 을사조약에 따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초대 통감으로 취임하자, 흑룡회의 주간인 우치다가 당시 정계의 흑막(黑幕)인 스기야마[任山茂丸]의 추천을 받아 통감부 촉탁으로 조선에 와 이토의 막료로서 활동하게 되었다. 흑룡회 낭인들은 한국강점을 위한 본격적인 이면작업에 들어가 그들이 수집한 정보와 책략 등을 일본 군벌 야마가타[山縣有朋], 수상인 가쓰라[桂太郎], 육군대신 데라우치[寺內正毅]에게 보고하여 즉각적인 한국강점을 추진했다. 또한 전국 각처에서 밀정 노릇을 하고 있던 낭인들을 통해 민심의 동태, 현지사정, 지형 등을 정탐하는 동시에, 친일단체인 일진회(一進會)를 조정하면서 ‘한일합병’을 추진했다. 이토가 1909년 10월에 안중근 의사에게 사살되자 12월 4일에 일진회 회원 100만 명의 이름으로 다케다가 작성한 ‘합병에 관한 상주문 및 청원서’를 제출하고, 아울러 한국인의 요청에 의한 합법적인 합병이라고 주장하면서 즉각적인 합병론의 여론을 일으켰다. 일제강점 후 흑룡회는 그 ‘공로’로 일본 우익의 대표적인 존재로 부상했다. 한국강점 후 이들은 침략의 대상을 만주로 옮겼고,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일본 및 만주 등지에서도 독립운동 방해공작 및 한국인 학살에 깊이 관여했다. 이들의 파쇼적 침략운동은 1930년대를 거쳐 대동아공영권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파쇼 정책에 편입되었다.